수련·인왕제색도·현해탄…'이건희 컬렉션' 한자리에 모았다

입력 2022-04-27 17:49   수정 2022-04-28 00:34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생전에 수집한 ‘세기의 기증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강원 제주 광주 대구 등지에서 전시하던 이 회장의 컬렉션 작품들이 기증 1주년을 맞아 상경한 것. 국립중앙박물관은 28일부터 8월 28일까지 ‘어느 수집가의 초대’란 제목으로 기증 1주년 기념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2만3000여 점에 달하는 ‘이건희 기증품’ 가운데 ‘알짜배기’ 355점만 추렸다.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국보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립중앙박물관), 이중섭의 ‘현해탄’(제주도 이중섭미술관)과 박수근의 ‘한일’(강원도 박수근미술관) 등 기증품을 받은 전국 7개 기관마다 가장 좋은 작품을 내놨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건희 기증품의 진면모를 소개하기 위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이 회장 ‘수집 철학’, 전시로 펼치다

이 회장은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사에서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건 인류의 미래를 위한 일이자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했다. 그 말처럼 이 회장은 인류사 전체를 조망하며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명품들을 수집했다. ‘20세기 최고의 컬렉터’로 꼽히는 미국의 페기 구겐하임(서양 현대미술)이나 러시아의 세르게이 슈킨(서양 근·현대미술) 등 대부분 컬렉션이 특정 시공간에 집중된 것과 대조적이다.

박물관 측은 이 회장의 이 같은 철학을 부각하기 위해 1부 전시장을 ‘수집가의 집’ 콘셉트로 꾸몄다. 전시 초입 권진규의 ‘문’을 지나면 기와집을 묘사한 임옥상의 부조 ‘김씨연대기 Ⅱ’가 나오고, 장욱진의 ‘가족’ 등 가정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어 다실(茶室)처럼 꾸민 공간에서 백자 청화 국화무늬 육각주자(주전자) 등 다기(茶器)와 구족반(반상)이 등장한다. 모두 조선시대 문화재급 유물이다. 전시장에 은은하게 퍼진 향기는 아모레퍼시픽이 협찬한 장치에서 나오는 전통 차 향기다.

이어 고미술품의 향연이 펼쳐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다산 정약용의 《정효자전(鄭孝子傳)》과 《정부인전(鄭婦人傳)》이다. 지인인 정여주의 부탁을 받아 그의 일찍 죽은 아들과 홀로 남은 며느리의 사연을 적은 서예 작품이다. 그 다음 18세기 백자 달항아리와 김환기가 1950년대 그린 ‘작품’, 모네의 만년 작품 ‘수련이 있는 연못’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수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동서양을 아우르는 수집품의 다양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인왕제색도·추성부도, 한 달씩만 건다
2부는 시대 구분이 없는 장르별 전시다. ‘자연과 교감하는 경험’에서는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흥수가 1970년대 그린 ‘작품’ 등 자연을 모티브로 한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인왕제색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는 빛에 의한 손상을 막기 위해 딱 한 달씩만 건다. 두 작품을 떼어내면 그 자리에 박대성의 ‘불국설경’, 이경승의 ‘나비’를 전시할 예정이다. 이 연구관은 “여름의 인왕제색도와 가을의 추성부도에 이어 겨울과 봄을 상징하는 작품을 전시해 계절의 흐름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을 활용하는 지혜’에서는 삼국시대 장신구에서 조선백자를 아우르는 공예품을, ‘생각을 전달하는 지혜’에서는 불교미술품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천수관음보살도(보물)를 비롯해 이번 전시에 나온 지정문화재(국보 13점, 보물 20점) 중 상당수가 이곳에 있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이 회장의 어록과 영상을 통해 고인의 문화 사랑을 소개한다. 예매는 1개월 단위로 열리는데, 이미 1차 예매(5월 31일까지)분 4만 장이 모두 팔렸다.현장 발권은 30분당 30장씩만 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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